“5000피 앞두고 경고등” 빚투에 제동 건 증권가의 판단

최근 코스피 상승 속도가 심상치 않습니다.
11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시장은 낙관론으로 가득하지만, 정작 증권가는 정반대의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조치가 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증거금률 상향입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증거금률, 왜 50%로 올렸나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6일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코스피 대형 우량주 82개 종목의 위탁 증거금률을 기존 20%에서 50%로 상향했습니다.
이는 개인 투자자가 빚을 내 주식을 매수할 때 필요한 자기자본 비율이 대폭 높아졌다는 의미입니다.
기존에는 2000만원으로 대출을 포함해 1억원어치 주식 매수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최소 5000만원을 보유해야 동일한 규모의 투자가 가능합니다.
이례적인 조치로 평가받는 이유
보통 증권사들이 증거금률을 올리는 대상은
• 변동성이 큰 테마주
• 투자경고·주의 종목
• 유동성이 낮은 중소형주
에 한정돼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현대차, KB금융, 신한지주, SK, KT, 두산에너빌리티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거 포함됐습니다.
유동성이 풍부하고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종목들까지 규제 대상에 오른 것은 시장 과열을 증권가가 상당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빚투 규모, 이미 경고 수위 넘었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사상 최고 수준으로 불어난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8조7455억 원으로, 1년 전보다 약 12조 원 증가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도 1조5000억 원 이상 늘었습니다.
증시가 강세일수록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심리로 빚투가 늘어나지만, 반대로 조정이 시작되면 손실 역시 급격히 확대될 수 있습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코스피, 숫자가 말해주는 과열 신호
현재 코스피는 올해 들어 626포인트 이상 상승, 상승률은 약 15%에 달합니다.
지수는 4840선까지 올라서며 5000선까지 불과 160포인트도 남지 않은 상황입니다.
더 주목할 부분은 시가총액입니다.
코스피 전체 시총은 사상 처음으로 400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2000조 원에서 3000조 원까지는 4년 9개월이 걸렸지만, 3000조 원에서 4000조 원까지는 불과 석 달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속도 자체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국면입니다.
증거금률 상승 = 고점 신호일까
다만 증거금률 상향이 반드시 주가 고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도 특정 종목의 담보 대출이 제한된 이후, 주가가 일정 기간 조정을 거친 뒤 다시 상승 흐름으로 복귀한 사례는 존재합니다.
이번 조치 역시 “상승을 막겠다”기보다는, 너무 빠른 속도에 대한 속도 조절에 가깝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쉼 없이 달려온 시장이 잠시 숨을 고를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선제적 대응이라는 평가입니다.
정리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전히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핵심 종목입니다.
그런 종목들까지 증거금률이 50%로 올라갔다는 사실은,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가 분명합니다.
지금 시장의 리스크는 악재가 아니라 과도한 낙관과 레버리지일 수 있습니다.
상승장이 끝났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무작정 빚을 늘려 따라붙기에는 부담이 커진 구간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